조선 전라도 남원군, 현재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서 1864년 태어나서 1940년 타계하신 용성 스님 (백용성, 白龍城)은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만해 한용운 스님과 함께 2명의 불교계 대표 중 한 분이었다.
용성 스님은 천도교 손병희 교주와 함께 3.1 독립선언을 주도했으며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흔들 것을 제안하였다.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스님은 출옥 후 만주 북간도로 가서 땅을 매입해 독립운동가의 근거지로 삼았으며, 상해임시정부로 꾸준히 독립운동자금을 보냈다. 그러나 1939년 기묘년, 밀정의 배신으로 용성 스님의 독립운동 조직은 일망타진되었다.
용성 스님은 그 소식을 듣고 ‘기묘년(己卯年)에 절단이 나버렸구나. 그러나 이 절단 난 씨앗이, 다가오는 다음 기묘년에는 우리나라 ‘대한정국’ 800년 국운을 맞이하는 해가 될 것이다’라고 유훈을 남겼다.
용성 스님은 60년 후 기묘년, 즉 1999년에는 대한민국이 독립은 물론 아주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다시 25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800년 대운이 열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올해 2024년이 바로 그해다. (백성호 기자, ‘용성 스님 뜻 이어 주인국 거듭나자’, ‘중앙일보’ 2024. 6. 14. “용성스님 뜻 이어 주인국 거듭나자” | 중앙일보 (joongang.co.kr)
이러한 용성 스님의 유훈을 따르는 손자뻘 제자 도문 스님과 증손주뻘인 직계법손 법륜 스님을 비롯한 불자 대중 1만 명이 2024년 6월 13일, 죽림정사 (용성 스님 생가터를 복원하고 지은 사찰) 옆 장수물빛공원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을 염원하는 ‘만인대법회’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바람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방송 영상을 통해 행사의 주요 장면을 보았다. 여기서 몇 장면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백용성 조사 탄신 160주년 대법회...만인 평화 선언 발표 (youtube.com) , 불교방송 News) 행사가 끝나고 며칠 후, 남원을 들러 장수군에 죽림정사와 물빛정원을 볼 수 있었다.
고속열차로 남원역에 내렸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역사를 나서니 역이 외진 곳에 있는 것인지 주변 별 시설을 볼 수 없었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촉촉한 수박 향 같은 특유의 푸른 냄새가 맡아졌다. 숙소에 도착하니 앞 개천에 꿈결인 듯 청사초롱이 즐비하게 불을 밝히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음 날 아침 광한루원에 갔다. 그 멋진 것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최근 화제가 된 춘향사당으로 가서 춘향 영정을 보았다. 비록 복사본이라 하나 그래도 그간 매체에서 보았던 축소된 사진보다 느낌이 훨씬 달랐다.
‘직접 본다’는 것이 다 다르구나!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전국의 많은 관람객이 남원 춘향 사당에 직접 영정 그림을 감상하고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장수군으로 이동하여 죽림정사에서 용성스님의 발자취를 느꼈다. 행사가 열렸던 물빛 정원의 벤치에 앉아 마음을 씻겨주는 듯한 물소리를 오랫동안 들었다.
시내버스를 타러 면사무소 앞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오면서 유월의 푸르름 사이 여기저기 물에 잠긴 논과 자리를 잡고 빛나는 여린 벼를 보면서 감동한다. 남원의 향취는 이 물소리 곁에 숙성하는 영근 양식(糧食)의 향으로 저 기차역 앞까지 전해지는 것인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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