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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6/13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 자연과 진실로 도원을 그려낸 미술관


에버랜드가 있는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 여성의 공헌을 담은 불교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데 6월 4일 현재까지 6만 명의 관객이 찾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읽었다.

이 전시회는 2024년 3월 27일부터 2024년 6월 16일까지 열리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전시회로 여기서 ‘연꽃’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비유한다고 한다.

1976년 자연농원이 경기도 용인에 생기고 1996년 에버랜드로 명칭이 바뀌고 현재의 리조트형 복합단지로 확장될 때까지 나는 테마파크와는 별로 인연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용인의 호암미술관은 이번 기회에 꼭 가고 싶었다. 

흔한 승용차가 아닌 시내버스와 광역버스를 이용해서 낯선 용인의 에버랜드 앞을 거쳐 호암미술관에 도달하였다. 매표소에서 예약 입장을 확인하고 미술관 경내로 들어갔다. 특이한 것이 미술관이 정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안내표시나 현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원이 기막히게 온화하고 자연스럽게 안겨 왔다. 

전시관으로 올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각종 석상과 풍성하고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전통 조경에 단번에 반해 버렸다. 기업인이 그 성과를 이렇게 우리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다른 사람에게 개방하고 나누는 시설을 만든다면 그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 싶었다.

미술관본관은 불국사를 연상시키는 이층 기와건물인데, 단청은 없고 외관은 마치 단군성전에서 본 미색을 기본으로 하여 깔끔하고 차분하였다. 유난히 어두운 전시장에서 7세기 백제 보살상 ‘금동관음보살입상(金銅觀音菩薩立像)’과 13세기 고려시대 ‘나전국당초문경함(螺鈿菊唐草文經函)’을 인상 깊게 감상하였다.  


전시물은 한국·중국·일본 불교미술 92점이 교체 전시된다. 5년을 공들여 귀한 미술품을 모은 기획전이다. 이런 진지한 전시회에 많은 관객들이 모여 감상한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미술관의 정원이 너무 좋아, 정원을 충분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전시회는 간략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 몇 점을 집중적으로 감상한 후 서둘러 정원으로 나와 조용히 정원 이곳저곳을 더 탐방하였다. 

유월의 청년 같은 녹음의 품에 조화롭게 서 있는 각종 석상, 연못과 정자들, 석탑과 석문과 담 사이를 조용히 오가는 중년의 커플과 유모차를 끌고 아기를 달래는 새싹 같은 가족들. 나도 그들과 풍경을 이루며 서울의 권력을 벗어나 자연과 진실로 다시 도원을 그려낸 미술관 정원의 맑고 싱싱한 기운을 함께 나누었다.

호암미술관 진입로 양쪽에 세워져 있는 해태상이 너무 뿌듯하다. 내가 미술관을 만들었어도 여기에 해태상을 세웠을 것 같다. 서울통신 광화문 월대 편에서 말했듯이 나는 정의와 행운의 상징인 해태상이 그려준 광활한 하늘을 유난히 좋아한다. 

비록 나는 뛰어난 기업가와 비교할 수는 없으나 어쨌거나 우리는 한 올 스치고 길게 이어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해태상 덕분에 하였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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