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에 늘 공사가 계속되는 것만 보다가, 석가 탄신일이나 되어서 작년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 구경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서울통신을 쓰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장소가 광화문 같다. 그만큼 이래저래 광화문을 많이 지난다. 어쩌다 지하도에서 해치[해태] 출구로 나올 때면 눈앞에 스크린처럼 나타나는 장엄한 북악산 앞 광화문의 풍광은 매번 감동을 일으킨다.
누군가 나에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한 곳을 찍으라면 나는 파란 하늘에 매끈한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광화문 앞 해태상을 바라보는 지점이라고 할 것이다. 월대가 복원되면 해태상을 볼 수 없는가 걱정했는데 월대의 난간석 앞으로 해태상이 옮겨져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월대(月臺)는 궁궐의 정전과 같은 중요한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이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난간석을 두른 경우는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위키백과).
광화문 현판은 전에 흰색 바탕에 검정 글자였던 것을 이번에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로 바꾸어 복원하였다. 전에 찍어 놓은 사진이 있어 이번 현판과 비교해 보았다. 광화문 주변으로 세계 각국에서 한복을 입은 인파가 몰려든다.
나는 그 당시 어떤 것이 좋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지금 보면 구 중앙청 건물을 없앤 문민정부의 결단은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이제 광장은 열정으로 가득 찬 시기와 더불어 문화와 휴식의 공간으로 부드럽게 확장하고 변모한다.
1443년 세종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였고, 그렇게 널리 쓰이기를 원했지만, 고궁의 수많은 현판에서 한글을 본 기억이 없다. 광화문 휘호도 한 때는 한글이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다시 한문이다. 우리는 문화재[국가유산]에서 한자를 보는 것이 익숙하지만 외국인이 경복궁 대문에서 한자를 마주할 때 이곳이 어디인지 그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기회가 되어 어디든 중요 장소에 새로이 한글 현판을 걸게 되다면 이왕이면 글씨의 완성도를 살린 좋은 글씨가 쓰여졌으면 좋겠다. 일전 지역에서 친일 화가의 그림이라고 원래 있던 그림을 떼어내고 새로 제작했는데 막상 새로 그린 그림이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난감해진 적이 있다.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가는 시대에 우리의 예술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바라보니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조각상이 말끔하게 관리되어 반갑고 감사하다. 우리가 가진 유무〮형 자산을 잘 살펴 많이 이루고 갈 수 있게, 펼쳐 보고 활용하고 가치 있게 누리자는 생각이다. 광화문에 서리는 모든 긍정적인 기운에 우리의 꿈과 바람이 함께 한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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