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류장은 종로 5가, 효제동, 김상옥 의거 터입니다.’ 버스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종로 5가도 익숙하고, 효제동까지는 알겠는데, 김상옥 의거 터는 뭘까? 서울 명소의 이름과 뜻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거의 처음 듣는 이름이다. 김상옥이 누구지?
차창을 내다보니, 한적한 옛날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낙엽이 바람 따라 뒹굴고 있다. 쓸쓸하기 그지없는 11월 말 토요일 오후, 그 거리 가로수 나무 기둥 중간에 누군가 크리스마스 장식 풍의 예쁜 천을 감아 다가오는 성탄절 기분을 밝혀 놓았다. 누굴까? 자기 집이 아닌, 가로수에 이런 따뜻한 손길을 전한 주인공은?
일부러 편한 신발을 신고 와 그 정류장에 내렸다. 빨간색, 초록색 헝겊을 두른 가로수를 따라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을 옮기니, 횡단보도 건너 한 대형 교회와 만난다. 연동교회라고 쓰여 있고, 입구에는 1894~1896년 이곳 초가에서 처음 예배를 드렸다는 표지석이 있다.
미국 북 장로교 선교사 모삼엘((牟三悅, Moore, S. F.)의 교직자가 시가 전도로 얻은 신도들로 시작된 이 교회는 이곳에서 전도를 계속하였고 1900년 당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하였다. 1919년 3.1운동 때는 민족지도자들의 독립운동 온상이었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곳에 김상옥로도 있다. 김상옥(金相玉)은 의열단 소속으로 1923년 1월 12일 밤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투척 의거하였다. 이후 수백 명의 무장 일본 경찰과 대치하며 두 손에 권총을 들고 단독으로 총격전을 벌이다 평소 신념대로, 잡히지 않고 1923년 1월 22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자결하였다.
마로니에 공원에 동상이 있다고 하니 언젠가 본 적이 있을 수도 있는데… 오랜만에 이 구역을 지나며 버스 안내 방송으로 들은 이름이 유독 여운을 남겼다. 그는 유교로부터 10대 중반에 개신교로 입문하였고, 3.1운동 이후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 그의 순국 이후, 국내외에서 활발한 항일 무장투쟁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 나무위키)
김상옥로를 지나 혜화동 방향으로 가로수 길을 걸었다. 버스정류장에는 여전히 김상옥 의거 터에 대한 설명 패널이 붙어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 정류장 이름을 종로 5가와 효제동과 병기한다’라고.
연동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주간 아름다운 행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교회 건물 벽에 색색의 활자로 디자인된 큰 현수막이 시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1894년 이래 이 자리에서 예배를 올리고, 오늘처럼 교회에서 결혼식도 열고, 가로수를 감싸는 따뜻한 체온을 이 땅의 생명에게 전하는 이번 성탄절도 미리 축하한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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