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KTX를 타러 자주 가는데, 사실 KTX 시대 이전의 열차를 종종 그리워한다. 겁나게 빠르진 않아도 떠나는 설렘은 문턱을 넘어 산야를 가로질렀다. 바다를 면하고 달렸던 강릉발부산행 열차는 얼마나 출렁였던가.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고 멈칫하는 동안, 서울역은 나날이밝아진다.
어느 날 택시기사가 물었다. ‘서부역으로 갈까요?’ 왜 서울역이라는데, 서부역으로 가야 하지? 의아했는데, 그곳엔 트렁크를 들고 모여드는 도심공항터미널과 공항철도가 있었다. 물론 동쪽 서울역으로 가도 멀지 않게 그 입구를 만난다.
인천이든 김포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직통열차는 인천공항까지 무정차이고, 일반열차는 공덕, 홍대입구 등 여러 정류장과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철도 요금 또한 경로우대 혜택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르신이 쾌적한 환경과 양질의 서비스를 갖춘 공항시설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낮게 뜬 비행기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언제나 신기하다.
인천공항에 가던 날, 5호선 공덕역의 일반열차를 탔다. 혹여 착오가 있을까, 줄 앞에 선 외국인에게 이 열차가 인천공항 가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공항열차도 KTX처럼 깨끗하고 정확하다. 공항행이다 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단단하고 어느새 시선이 깊어 지는 것이 느껴진다.
예전의 기차여행이 승객에게 미지의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선물했다면, 지금 비행기여행은 범람하는 물류를 트렁크에 품고 고속으로 달리는 차 창에 비추는 추상화 같은 자기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옆에 앉은 여행자처럼 보이는 20대 여성에게 ‘어디 가세요?’ 물으니, 김포공항에서 내려 부산으로 가서 친구들과 함께 필리핀 세부로 놀러 간다고 한다. 탁류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수상 방갈로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필리핀 친구 영상에 힐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긴 이야기 대신, ‘와~ 그러시구나!’ 했다.
한국에 3박 4일 있다, 오사카로 돌아간다는 일본 여성 2명과도 담소했다. 내가 수족관에 관심을 보이자, 그들은 오키나와 단기 여행을 추천했다. 한국인 위령탑이 있는 오키나와… 오키나와에 유명 수족관이 있다는 것과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는 것을 이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들의 작지 않아 보이는 철제 캐리어에는 명동에서 쇼핑한 한국 화장품이 들어 있다 한다.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 미래를 본다고 한다. 나 또한 금방금방 달라지고 새로운 문물이 실현되는 한국이 익숙하면서도 때로 외국에 온 것처럼 어리둥절해한다. 다행히 환해지는 쪽으로 변화했고, 나의 살던 장소라 감사하다. 중국어가 쏟아지고, 러시아말·일본말이 들리고 영어와 유럽말도 참 많이 들려온다.
미래가 아니고 과거는 더욱 아니고, 여기 지금이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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