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운 로터리에서 한 5분 걸어가는 곳, 옛 돈의문(敦義門), 일명 서대문, 앞에 가끔 들리는 냉면 맛집이 있어 집을 나섰다. 사람과 차가 많이 지나는 큰길은 늘 그렇지만, 정당의 구호들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데모는 당연히 없어질 줄 알았는데, 첨예한 의견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임기를 지키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는 것이 한 시대의 대의였던 시절의 시선으로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1987년 이후 직접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득표율은 36.64%~51.55%였고, 8분의 대통령 중 7분이 과반수 득표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반대 의견이 노골적으로 팽팽하게 대립한다.
또, 단임제다 보니 대통령의 권력이 뿌리내리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문제가 있다면 바꾸어 나갈 것이고, 한계가 있다면 보완하고 극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어려운 가운데도 한결같이 개선하면서 실천해나갔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싶다. 사람이 한평생 살다 보면 공과(功過)가 있기 마련이어서, 지나간 정권의 대통령도 공과가 있었을 것이지만, 가능한 공을 인정하고 그들의 흠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교훈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지난 19대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는 이념을 제시했다. 나는 그 구호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 ‘사람이 먼저’라는 의식을 확인하며 인명의 소중함을 새겼다. 이번 정권에서는 ‘자유’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자유’를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자연인의 감수성으로 일깨워 본다. 자유는 두개의 물방울이 바다에서 만나듯 누구나의 지향점이 될 수 있기에 모처럼 고전을 대하는 신선함으로 조우한다.
잘하고 싶었지만, 잘되지 않아 고심하는 것은 일반인이든 최고 위치의 공인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고심하는 공인과 더 애쓰는 국민의 공로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각자의 행복과 국가의 번영은 세계의 평화를 지향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예전 ‘국민교육헌장’이 생각난다. 비록 지나간 헌장이 되었지만, 좋은 구절이 많았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 새 역사를 창조하자.’ 문장을 외우는 동안 내용은 의외로 공명과 다짐을 일으킨다. 그리고 한국은 그렇게 발전을 이루어 나갔다.
맛집에 도달해서는 냉면 대신 갈비탕을 먹었다. 상호는 그대로인데 그간 식당 주인이 바뀌었다. 다만 오래된 종업원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 준다. 음식 맛은 달라진 것 없는데 그릇이 새로워졌고, 메뉴표를 보니 가격이 그새 20% 안팎 올랐다.
신순영
조이시애틀뉴스 서울통신원
고려대 농학박사
soonyoun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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