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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우드에서 18년째 살고 있는 정종숙씨. |
"둘이 걸었네 어제 그 길을 / 불빛 따라 우산도 없이 / 오늘 밤에는 가로 등불이 / 유난히도 반짝입니다 ..."
중년의 한인들에게 친숙한 왕년의 인기 가수 정종숙씨가 시애틀에서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며 조용히 살고있다. 미국으로 이민온지 18년이 되었다. 현재 린우드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교회와 암환자들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정종숙씨는 70년대 혼성듀엣 '원 플러스 원'의 맴버로 '예전엔' '애니의 노래'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그후 솔로로 전향해 '달구지' '둘이 걸었네' '새끼 손가락' '강변의 추억' ‘무교동 이야기’ 등 인기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편 이원녕씨도 프로 출범 전 실업야구 최고기록이었던 31경기 연속안타를 작성한 미남스타로 화제를 모은만큼 지금도 여전히 멋진 모습이다.
시애틀에는 언제 오셨는지.
한국에서 '가요무대' 등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가수활동을 하던 중 1994년에 미국으로 이민왔다. 사업도 잘 안되고 모든 일이 풀리지 않아 한국에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생각으로 미국에 와서 시댁 식구가 있는 린우드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보니 한국보다 더 힘들었다. 너무 안타깝지만 인생이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흘러갔다. 더구나 몇년전부터 미국경기가 곤두박질 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고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해외공연을 오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막상 내가 와서 이렇게 살 줄은 몰랐다. 지금은 열심히 교회에 다니며 교회 성가대원으로 찬양하고 선교단체 행사에서 찬송가나 복음성가와 함께 나의 노래를 부를 기회도 있다.
가수활동에 대한 미련은.
앞으로의 생활은 잘 모르겠다. 신곡을 들고 다시 노래를 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도 노래만큼은 여러분에게 많이 들려주고 노래를 통해 팬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좋아하는 노래를 못하고 있으니 너무나 힘들다. 평생을 가수로 시작해서 가수로 끝날 줄 알았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가수로서의 생활이 날아갔다. 하지만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수활동을 재개하고 싶다.
요즘도 노래를 할 기회는 있는지.
학교 졸업후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원 플러스 원'으로 노래를 시작해서 남자 친구가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혼자 활동을 했다. 노래는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그만 뒀기 때문에 미련이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서 가수활동도 재개하고 싶다. 요즘도 가끔 혼자 노래 연습을 하기도 하고 교회 성가대에 서면서 내 목소리를 많이 찾았다. 내 앞 길을 어떤분이 잡아주시는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확신을 갖고있다.
한국에서도 신앙생활을 했었나.
한국에서는 교회를 전혀 몰랐다. 언니, 오빠 등 식구들은 모두 기독교인이었지만 가수로 바쁘게 활동하다보니 교회에 다니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 주님을 만나고 힘든 상황에서도 위로를 주시는 분이 계셔서 그힘으로 힘든 미국생활을 잘 이겨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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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숙씨가 왕년에 아마야구 스타였던 남편 이원녕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운영하는 식당 이름을 '우마'라고 붙였는데, '달구지' 노래와도 연관이 있는지.
2002년에 식당을 오픈했는데 그때가 말띠해였고 나도 말띠다. 테리야끼는 일본음식이라 일본 말을 찾아보니 우마였고, 나의 노래 '달구지'도 연상이 되어서 가족과 함께 상의한 끝에 우마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가요계 동료들과 교류는 있나
그동안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바쁘게 살다보니 한국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가수활동을 할 당시에는 친하게 지낸 동료 가수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
시애틀 생활에 만족하는지.
딸이 얼마전 결혼해서 11개월된 아들을 하나 두고있다. 딸과 사위가 우리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에 위로를 주시는 분이 있으니 그 힘으로 이겨나가고 있다. 남편은 한국에서 아마야구 31안타 기록을 갖고 있고 10년 연속 올스타 선수로 활동했다. 남편은 낚시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시간을 낼 수 없어 즐기지 못해 안타깝다.
올가을에 자선음악회를 준비중이라고 하던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10월경 한인 암환자들과 이들의 가족, 봉사자들을 위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음악인들도 참가하는 행사로 1,2부로 나눠서 나의 노래도 여러곡 부를 예정이다.
시간이 있을때 취미생활은.
한국에서는 뜨게질을 좋아했고 어려서는 육상, 배구 등 운동을 잘했다. 하지만 가수활동을 하면서부터 바뻐서 다른 취미를 갖기가 힘들었다. 미국에 와서는 교회에 나가 설교말씀을 듣고 성가대에서 찬양하는 것이 너무 좋다. 또 주위에 나를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아 행복하다.
시애틀에 살면서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노래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또 남편과 자녀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왕에 주님을 마음에 섬겼으니 교회 일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특히, 찬양을 통해 선교를 하고 싶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사를 노래를 통해 힘든 삶을 사시는 분들에게도 마음에 위로를 드리고 싶다.
정종숙씨를 기억하는 시애틀 팬들을 위해 한말씀.
나의 젊었을때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 손자도 봤다. 여러분도 젊은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회상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이러한 추억을 무대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젊었을때 즐겨 불렀던 노래를 들려주며 그 당시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 김정태 편집인 editor@joysea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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