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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비 아일랜드 (사진=정상원) |
우리가 사는 워싱턴주 퓨젯사운드 지역은 많은 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워낙 교량이 발달하다 보니 이게 섬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안가고 사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교량도 한계가 있다.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워싱턴주는 수상 교통도 발달했다. 동네 여기저기 배를 탈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오늘은 많은 섬 중에서 윗비섬(Whidbey Island)을 다녀올 생각이다. 지난주에 다녀온 로사리오 비치를 나와 서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윗비섬이다.
윗비섬 입구로 먼저 가보자. 첫 번째 우리를 맞이하는게 디셉션 주립공원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굳이 자세히 말할 필요도 없는 곳이다. 지난주에도 잠깐 거론했지만 '디셉션(Deception)'이란 말은 '속았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말은 미국 개척당시 이곳이 미국 본토로 통하는 수로의 입구라고 잘못 생각한데서 나왔다고 한다. 3000에이커가 넘는 광대한 지역을 포함한 이 주립공원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다리 위에서보는 바다의 풍경도 장관이지만 해안가까지 내려가 보면 더욱 색다른 풍경과 만나는 곳이다.
물이 빠지면 다리 밑에까지 최대한 갈 수 있다. 해안가로 내려가는 길은 크게 두 곳이다. 첫 번째 길은 다리 바로 옆에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멀지도 않고 길도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차를 타고 서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넓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이 또 다른 디셉션 패스 주립공원이다.
넓은 태평양과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리의 장관은 또 다른 맛을 보여주기에 틀림없다. 물이 빠지면 다리 근처까지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해안이 나오기도 한다. 이 디셉션 패스 다리가 육지와 연결해주고 윗비섬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다리다. 나는 늘 여기까지만 와보았다. 그 이상 안으로 들어가 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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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courtesy of Wikipedia |
특별히 볼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가 본 이 섬은 생각과는 달리 상당한 역사적 유물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유명한곳은 이비 대령 국립역사보존지역(Ebey's National Historical Reserve)이다. 1850년 처음 이곳을 개척한 아이작 이비 대령의 정착지를 그 당시 그대로 재현하여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역사적인 현장과 자연 환경의 조화가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라는 평을 받는 곳이다. 입구에 작은 주차장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진풍경이 벌어진다. 정해진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지 않고 바로 입구 길가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얌체족이다. 주차비 그러니까 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기 위한 방편인 듯하다.
이곳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모든 공원이 입장료를 받는다. 수시로 돌아다니는 순찰 요원에게 혹시 걸리기라도 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주차장을 피하고 입구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듯하다. 웃지 못 할 풍경이다.
이비 대령 정착지의 포인트는 그들이 살던 마을도 아니고 해협을 가로지르는 절벽이다. 이곳 풍경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윗비섬(Whidbey Island)의 중간 마을 쿱빌(Coupeville)에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건 몇 년 전이다. 언덕위에 넓은 보리밭이 인상적이었다.
수확을 앞둔 상태라 머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들이 기억나던 장소다. 그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 번 가보았다. 그런데 보리는 없고 다른 씨앗을 심었는지 그 푸르던 보리밭이 검은 흙만 보인다. 매년 뿌리는 종자가 다른 듯하다. 그 보리밭을 끼고 해안을 보면서 오르는 언덕길은 힘들지 않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다.
그 언덕길 너머 내려가면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운동 겸 산책코스로 활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포트 에비 주립공원(Fort Ebey State Park)은 다양한 해양식물을 관찰 할 수 있는 곳이고 해안가가 모래도 아니고 자갈도 아닌 커다란 돌들로 깔려 있을게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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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비 아일랜드 주립공원의 포트 케이시 절벽 (Courtesy of Wikipedia) |
이곳을 나와 정확하게 서쪽 방향은 아니지만 해안 쪽으로 이동해 보자. 포트 케이시 주립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시애틀 보다 오래된 도시인 포트 타운잰드와 마주보고 있다. 미 서부 해안을 다니다보면 오래전 사용하던 군 요새들이 많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설들이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정확한 역사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과거엔 해안 경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 듯하다.
요새 위에는 오래전 사용하던 대포들이 당시의 위용을 간직한 채 전시되어있다. 대포에 새겨진 연식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1903년 이란 글씨가 뚜렷이 보인다. 규모로 봐선 상당히 큰 부대 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이런 곳을 둘러보다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오래된 것은 오래된 느낌 그대로 보존 한다. 새롭게 단장하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역사관이고 특징인 듯하다.
요새 끝부분 해안가 구석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등대가 예쁘게 단장을 하고 서있다. 등대와 요새를 사이에 두고 넓은 잔디밭이 눈길을 끈다. 과거 연병장으로 사용하던 곳 같은데 상당히 깨끗하다는 인상이 강한 곳이다. 바다 건너 가까운 곳에 포트 타운샌드가 보인다.
가족단위로 놀러 나온 사람들도 꽤 많아 보인다. 등대에는 자원봉사 노인들이 계속 들어오는 방문객을 친절하게 맞는다. 등대의 역사 등을 꼼꼼히 설명 하는 듯하다. 워싱턴주에 분포되어있는 등대지도도 얻을 수 있었다. 거리나 시간상으로 그렇게 멀지 않고 코스도 힘들지 않아 가족 나들이로 제격인 듯하다.
등대에서 요새 쪽으로 걸어갔다. 사슴 가족들이 나들이 나왔다. 웬만해서 사람들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당연히 도망도 안긴다. 더 재미있는 건 사람이 있건 없건 자기볼일을 본다. 시원하게 볼일을 마치고 유유히 사라진다. 이곳의 환경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 같았다. 공원 바로 옆이 선착장이다.
포트 타운샌드로 넘어가는 배 시간을 알아보았다. 얼마 기다리지 않고 건너갈 수가 있었다. 차량 한대당 세금포함해서 14불 정도였는데 이곳도 경기의 영향을 받는 듯하다. 금액도 올랐지만 탑승인원도 물어본다. 인원이 많으면 더 받는 듯하다. 30분정도 면 건너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도 함께 타볼 수 있는 환상의 코스다. 육상과 해상을 동시에 경험 할 수 있는 여행 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을 여행 하면서 늘 느끼는 점이 있다. 자연풍경은 있는 자연을 보여주지만 그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보존하고 관리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가 생각하기엔 별것도 아닌데 그 볼품없는 것을 역사화 시키고 유적화시키는 이들의 능력에 탄복하는 경우도 많다. 짧은 역사를 지닌 이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보존하고 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우리가 배울 점인 듯하다.
미디어한국/ 여행 사진가 정상원 www.sajin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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