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미국의 경제 호황 속에 특히 LA는 미국 최대 금융 도시인 뉴욕과 주요 산업 중심지인 시카고를 능가했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아시안과 히스패닉 그리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출신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이 쉬지 않고 모여들고 있었고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새로운 기회와 자유로움을 찾아 이곳까지 온 이민자들의 활기가 넘쳐 흘렀다.
언제였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미국에 대한 호기심이 늘 나와 함께 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하루 빨리 미지의 나라 그리고 모두가 잘 산다는 미국이란 그곳으로 갈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결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세월이 흐른 후 에서야 그 꿈이 이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땅에 도착을 하긴 했지만 나는 제대로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해서 한동안 이민 초창기는 좌충우돌의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고향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안정된 직장마저 버리고 이민길에 올랐던 나의 결정이 옳았었음을 그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나자신을 계속 재촉질을 했다.
LA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우선 급하게 일자리부터 찾아야 했다. 나보다 몇년 전에 도착한 몇 친구들이 있었다. 코리아타운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한 친구는 자기의 단간방 아파트에서 며칠동안 같이 지내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그러면서 교민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사는 지
알아보기로 했다.
일 주일 정도 한인 지역에서 지내며 주변을 살펴보니 그 당시는 매일 좁은 한국타운에서 한인들끼리 서로 부대끼면서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교민들끼리 영어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마치 한국에 있는 작은 도시 중에도 조그마한 모퉁이에서 살고들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내가 그 곳에는 내가 설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언젠가 미국에 가게 되면 세상을 지배하는 영재들만 모여 있는 그곳을 찾아 그들 중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당돌한 꿈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본 그 곳은 내가 그리던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당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린 미국땅에서 나는 철이없었거나 비정상적인 이민자였던 것이다. 전형적인 상거래 즉 유행을 타는 상품들로 싸게 구매를 한 후, 단기적인 이익을 득하는 상업 형태는 지적 자산 형성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다른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다른 분야를
찾아보기로 했다.
비록 수중에 돈도 넉넉하지 않았고 마땅히 기댈 곳도 없었던 나로서는 착각을 했었을 수도 있겠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후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내린 나의 결정에 대해 후회는 않는다.
그러던 중 엘지 상사 근무 중 미국 출장 중에 알게 되었던 LA 근교 웨스트 코비나에 살고 있었던 대만계 중국친구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곧장 연락을 한 후 나의 사정에대해 의논을 했더니 고맙게도 그는 내가 직장을 찾을 때까지 자기 집에 머물라며 금방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참 마음이 따뜻한 친구였다.
그는 소규모 수입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또한 세차장이 딸린 건물과 여러 개 방이 있는 주택도 가지고 있는 야무지고 부럽기 짝이 없는 친구였다. LA 시내와의 거리가 있긴 했지만 한달정도 그의 집에 있기로 하고 그때부터 아침에 나가 매일 저녁 늦게까지 LA 시내를 돌아다니며 직장을 찾아 나섰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미국에 뿌리를 내리러 온 이민자 입장에서 너무 준비가 돼 있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우선 영어 실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근사한 직장을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실감을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무엇 하나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앞이 막막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고향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나에게 옵션이 되질 못 했다. 도리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상황을 이겨 낼 것이라는 자신감도 동시에 계속 쌓여가고 있었다. 그만큼 미국 사회의 다채로운 문화와 자유스러움 그리고 기회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게된 후 미국이 나에겐 희망의 불씨를 심어 주었다.
기왕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것, 미국의 더 많은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부터 저녁 어둑할 때까지 온종일 다니다가 어둑해져서야 버스에 몸을 싣고 친구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몸은 비록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그래도 갈 곳과 잠잘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마음은 든든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가다보면 캄캄한 밤이 되었고 나는 버스종점에 내리는 마지막 손님이었다.
언덕 넘어 멀찌감치 불 켜진 주택들이 가물가물 보이긴 했지만 내가 걸어가야 할 비탈길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굿 나이트” 라는 버스 운전기사의 인사를 뒤로하고 인기척은 하나도 없는 작은 산비탈 옆 채석장을 지나 친구 집까지 가려면 오르막 비탈 길을 20분 정도 걸어가야만 간신히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지마자 첫번째로 우선 작은 돌부터 주어 가방에 담았다. 어디서 나타나는 것들인지, 내가 버스에서 내리기만 하면 그 시간에 맞춰 무섭게 생긴 수십 마리의 굶주린 들개 무리들이 나타나 나를 향해 향해 무섭게 달려왔다. 채석장에 수도없이 널려있는 돌맹이들은 나에게 꼭 필요한 호신용 무기였다.
적막한 밤, 걸어가는 내 발의 신발도 보이지 않을 캄캄한 길에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는 사나운 들개들이 나만 보면 물어 뜯을 듯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컹컹 짖어대는 소리는 허공에서 천둥 같은 메아리로 변해 나의 혼을 쏙 빼 놓았다.
나는 공포에 질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오직 이 상황을 이겨내비 못하면 향후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나는 돌을 계속 던지면서 한발짝 한발짝 숙소로 걸어 나갔다.
매일 숙소에 돌아오면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천근 같은 피곤함 속에서 고향에 대한 꿈을 꾸면서 잠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이민 생활의 첫 장이 시작이 되고 있었다.
김포공항에서 이민 길을 떠나는 날 나는 큰 성공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귀향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험난한 격랑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외톨이였고 새 세상의 험란한 환경을 헤쳐나가기엔 너무나 무지했던 때였다.
많은 세월이 지난 요즘에도 가끔 잠결 중에 멀지않은 곳에서개 짖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오면 옛 언덕길의 사나웠던 들개무리들이 생각이 나면서 나의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CEO, LTC 이노베이션, Inc.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경영대 초빙교수
시애틀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외이사
저서 : 'Wonder', 'Tomorrow', 'Moving' (영문판,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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