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금융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또 언급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후퇴하고 있다.
연준 이사들은 깜짝 상승한 CPI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지표”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4.6%대로 급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달 말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 올랐다. 시장 예상치와 지난해 12월 상승률인 2.9%를 모두 웃돌았다. 3%대 상승률은 작년 6월(3.0%) 이후 7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로는 0.5% 올라 지난 2023년 8월(0.5%↑) 이후 1년 5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상치(0.3%)와 직전월 수치(0.4%)를 모두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식료품, 가스, 주거비 등 가계 지출이 CPI를 끌어올렸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로 계란 값이 15% 급등해 식료품 가격 상승분의 3분의2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산불 여파로 호텔 숙박비와 중고차 가격도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4% 각각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2.9%와 0.3%를 각각 상회한 수치다. 연준은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근원 CPI를 눈여겨 본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국채 금리는 치솟았으며 뉴욕증시는 하방압력을 받았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0bp(bp=0.01%포인트) 급등한 4.63%로 올라섰다. 지난달 12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4.36%로 7.50bp 뛰었다.
뉴욕증시는 이날 하방 압력을 받으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5.09포인트(-0.50%) 하락한 44368.5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6.53포인트(-0.27%) 내린 6051.9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09포인트(0.03%) 오른 19649.95에 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나서 당분간 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한 차례만 인하할 확률을 69%로 반영했다. 하루 전의 57%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상반기 내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65.2%로 내다봤다.
예상보다 더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탓을 돌리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이든 인플레이션 상승(BIDEN INFATION UP)”이라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PI 발표가 나기 전 트루스소셜에 “금리를 더 낮춰야 하며, 이는 앞으로 시행될 관세 조치와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파월 의장의 청문회 개최 직전 나왔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에 “국민들은 연준이 계속해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경제 상황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전날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도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2%)를 웃도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서는 파월 의장은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진 못했다”며 “오늘 발표된 물가 지표는 연준의 물가 상승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아갈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미국의) 경제는 튼튼하고 노동 시장은 견고하며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기 위해 제한적인 정책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한 달 동안의 데이터로 인플레이션 진전이 반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휴=미주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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