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테파니가 전화가 하다니… 뜻밖이다.
스테파니는 나하고의 만남이 9년째 접어든다. 매주 화요일 1시면 비닐로 커버된 판초스타일의 우비를 입고 터덜 터널 내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나를 찾다가 내 가 다른 환자 고객을 만나거나 혹시 다른 일이 있어서 바쁘다는 전갈을 받으면 우리 사무실 로비에 앉아서 꼼짝 안 하고 나를 기다린다.
그녀는 망상증 환자다. 아마도 유전적인 증상이 있었는데 발병이 된 것은 스테파니가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는 기록된 서류에 있었다.
스테파니는 60년생으로 시애틀 태생이다. 3년 전 스테파니 엄마가 세상을 달리하면서 남긴 재산 중 형제 셋이 나누어서 스테파니에게는 1/3 몫이 돌아와 그녀의 두 오빠들이 우리 사무실로 찾아와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재산을 나누어보니 스테파니 몫이 이십만 불이라고 말하면서 스테파니에게 어떻게 줄 수 있는가 알아봤다.
하지만 스테파니가 엄마의 유산으로 십이만 불 이상을 받게 되어도 그 돈을 사용할 수도 없고 혼자서 제대로 사용할 수도 없으니 그 돈 때문에 스테파니가 정부로부터 받는 메디케이드와 웰페어를 더 이상 받지 못할 수 있으니 그 돈은 두 오빠들이 나누어서 받아 매주 스테파니에게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이날 우리 사무실 경제 담당자 그리고 나 스테파니와 두 오빠가 서류에 사인을 했었다. 스테파니 오빠들은 매주 100불짜리 월마트 카드 세이프웨이 카드, 맥도널드 카드 등을 보내기를 9개월 정도 하더니 더 이상 약속했던 기프트 카드들이 오지 않았다.
스테파니에게 기프트 카드가 오면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들이 스테파니를 데리고 다니며 스테파니의 샤핑을 도와주었다. 월마트에 가서 스테파니의 옷도 사주고 맥도널드에 가서 스테파니가 좋아하는 휘시 버거도 시켜주고 했는데 9개월 정도 성실히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던 오빠들이 점점 연락이 뜸하더니 아예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스테파니의 오빠들은 3달에 한 번씩 꾸준히 스테파니가 살고 있는 우리 프로그램의 그룹홈을 찾아오고는 하면서 정신줄 놓은 스테파니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때로는 스테파니를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는 하면서 왕래를 했으나 스테파니에게 분배된 돈을 스테파니가 핸들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제들이 나누어 갖고는 9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기프트 카드를 매달 400 여불 정도를 보내다가는 아예 연락이 끊겼다.
사무실 스테파니의 서류에 기재되어 있는 스테파니의 오빠들의 집에 편지를 보내어 문의를 해보고 이 두 사람에게 전화를 돌려보아도 어느 날부터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
그러니까 이십만 불의 돈을 두 형제가 나누어 갖고서 9개월간 형제가 한 달씩 400불어치의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다가 잠적을 해버린 것이다. 우리 사무실 고객 경제 관리실 팀에서는 회의를 해서 두 오빠에게 서신을 띄워보았지만 두 사람 다 주소가 바뀌어 편지가 되돌아왔다. 두 사람이 그 돈 때문에 장소를 바꾸었다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그 이후로 두 오빠의 행적은 사라져 버렸다. 스테파니는 돈 때문에 세상에 혼자 남겨져 버렸다. 스테파니에게 우리(담당 카운슬러들)는 세상과의 통로다. 이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친구를 사귈지도 이가 아파서 이가다 썩어가는데 망상증 증상으로 치과 가기를 거부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이가 너무 아프면 진통제를 먹이려면 이 사탕을 먹어야 아픈 게 없어진다고 말하면서 진통제를 줄 수가 있다.
스테파니는 늘 한결같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똑같은 비닐 판초를 입는다. 여름에 더워서 딴것을 사주어도 절대로 벗지 않는다. 긴치마에 머리에는 뜨개질 솜씨가 좋아서 혼자서 본인이 실을 사다가 뜨개질로 한 매번 바뀌는 유일한 사치품으로 보이는 색색의 모자다.
그녀는 망상증 환자인데 절대로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 조용히 아주 고요히 그림자처럼 다닌다. 옆에 있어도 없는 사람처럼 전혀 반응의 없다. 어쩌다 그래도 기분 좋을 때 슬며시 웃는 것이 전부다.
스테파니하고 나하고의 만남의 시작은 9년 전부터다. 매주 화요일 낮에 찾아와 나를 만나면 나는 스테파니를 내 사무실 한편에 앉혀놓고 스테파니가 좋아하는 설탕을 듬뿍 넣은 블랙차를 한잔타주며 일주일 동안의 생활을 점검한다.
어떻게 지내지? 무얼 먹었지? 기분은 어떤 거야? 필요한 것은 없는 걸까? 늘 대답은 단답형이다. I am OK. That’s OK. It’s all right!
늘 단답형이던 스테파니가 며칠 전 나를 찾아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 운다. 레지나 나 레지나에게 오고 싶어. 그래! 나도 알아 그런데 어쩌지 회사 방침이 너를 다른 카운슬러에게 보내야 된다는데. 안돼 나는 그 사람 안 만날 거야. 그리고 나 그곳이 무서워 나를 좀 다른 곳으로 보내줘?
별로 말이 없는 단답형으로 대답만 하던 스테파니가 울면서 얘기를 한다. 나를 안 옮겨주면 나는 길거리로 나갈 거야! 우리 사무실 쉘터에 머무르고 있는 스테파니는 새로운 쉘터에서 칼부림 사건을 목격하고는 무서워서 가기가 싫다는 것이고 또한 새로운 담당자가 편하지 않으니 계속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얘기다.(계속)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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