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고 있는 고객
00의 얼굴이 풀이 죽어있다.
그래! 무슨 일이 있나 보지!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네!
아무 말을 못 하고 있는 고객
00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슬프면 울어야지!
한 참을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가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다가 상담실 사무실 책상에 있던 휴지를 건네주자 눈물을 닦으며 말한다.
레지나,
조앤이 보고 싶어!
뜻밖이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서 공감이 된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 나도 보고 싶은데 너도 보고 싶겠지!
이제 며칠 지났다고...
앞으로도 그리울 테지!
조앤은 우리 사무실에서 직업훈련을 도와주고 직업을 찾아주는 취업 스페셜리스트로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하던 직원이다.
성격이 좋아서 누구라도 좋아하지만
1000명이 넘는 직원 중에서 한국인 혈통의 직원이라 나하고도 각별히 친하게 지내며 서로의 일을 돕기도 했었다.
헬레나는 허리에 문제가 생겨서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으로 얼마 전 허리대수술을 받고서 이제야 다리를 목발 없이 움직이며 한 발 두발 걷기를 시작한 나하고는 각별히 지내는 엄마는 미국사람과 필리핀계 그리고 아버지는 한국계와 일본계 인 다양한 혈통을 가진 직원이다.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가끔씩 나하고 한국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함께 가기도 하고 아시안마켓에 서로가게 되면 우리가 좋아할 만한 음식이나 과자등을 사서 사무실로 가져와 나누어 먹고는 하던 직원친구인데 서로 다리가 아픈 공통점이 있어서 내가 다니던 한의원도 소개해주고
자기를 치료하던 물리치료사도 권하면서 서로가 아픔을 공감하며 특별히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사무실에 새로운 테라피스트가 새로 들어왔는데 테라피스트도 전체적인 한국사람은 아니 니지만 할머니가 한국에서 이민온 그리고 할레나 아버지가 미국인과 한국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1000여 명이 넘는 전체 직원 중에서 우리 세 명이 한인 직원이었는데 물론 이중에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최고참이 된다.
나는 정신과 카운슬러,
00는 직업훈련사,
헬레나는 테라피스트.
우리 세 사람이 고객들을 맡아서 함께 고객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한 달에 한 번씩 정신과의사인 그리스도 가끔씩 우리의 모임에 합류해서 캐어 콘퍼런스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신질환 환자고객 한 사람에
4명 내지 다섯 명의 전문가가 붙어서 이들의 정신건강과 자립을 도우며 함께 일을 하는 것이다.
00은 성격이 느긋하다.
웬만큼 급한 일이 있어도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우리 사무실
4층부터 7층까지는 쉘터로 스튜디오 형태의 방으로 꾸며져 있어서 중독자나 정신질환자들이 각방에서 자기들을 담당하는 하우징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2020년에 지어진 이 파란색의 새로운 건물에 자리 잡은 내 사무실은 오래 근무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어서 내 사무실은 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가끔씩 새들이 날아다니다가 창문을 의식하지 못한 채 날다가 부딪치기도 하여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앞쪽으로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산의 웅장한 모습을 늘 볼 수 있는
3층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직원들이 일을 하다가 머리를 식히려면 내 사무실에 놀러 오기도 하고 가끔씩 내가 바빠서 내 방에 있는 화초에 물을 주지 못하면 쉬러 왔다가 화초에게 물을 주고 가는 그런 자리이다.
나는 화초를 좋아해서
6가지의 화초가 내 방 사무실에서 통유리를 통한 햇살을 받으며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00은 내 오른쪽 옆쪽으로 자리를 잡은 사무실에 그리고 헬레나는 내 등 쪽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때로는 우리가 맡고 있는 환자고객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캐어 콘퍼런스를 하면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는 하는데 아마도 한국혈통이라는 끈끈함이 있어서일까 그 많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특별히 친하게 지내고는 했다.
일하다가 서로의 고통도 함께 공유하고 일하면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도도 서로 나누는 그런 관계였다.
두 달 전
00가 나에게 얘기를 해왔다.
레지나, 나 두 달 후면 사무실 그만둘 거야!
왜 다른 부서로 가는 거야?
아니, 아무 데도 안 가고 그냥 일을 그만두려고!
그래 무슨 일로?
음 더나이가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다리가 아프기 전에 여행을 다니고 싶어서.
아직 많이 걷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여행을 혼자서?
나의 질문에
00은 아니 내 룸메이트인
000과 함께.
그래!
너무 재미있겠다.
그런데 그럼
000도 그만두겠네?
나의 쏟아지는 질문에
00은 음...
000도 이번에 그만둔대.
000은 우리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사무실의 직장동료인데 엄청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누구나도 좋아하는
000였다.
와우!
대단하다 그래!
어디로 여행계획을 잡았는데?
음, 첫 번째는 한 달간 멕시코에서 살다가 그다음엔 남미로 여행을 갈 거야.
지금까지 몇 달 동안 미리 준비하고 사전조사하고 되도록이면 안전한데 다니느라고 미리미리 예약을 했어.
남미 여행은
6개월을 잡고 그다음에 다시 시애틀로 돌아와서 유럽을 다니려고 해.
그럼 모아둔 돈은 넉넉하고?
나의 질문에 그동안
000과 여행계획을 세우며 월급을 받는 대로 집렌트 값을 제외하고는 옷 한 벌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 하나 사지 않으며 돈을 저금을 했는데 한 년간 세계를 다니며 여행은 할 수가 있을만치 여유가 생겨서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장시간의 여행이 무리가 될 수도 있고 해서 말이야.
이렇게 말하던
00과 000가 지난주 금요일 사표를 냈었다.
이날 00과 000과 친하던 친구동료들이 다운타운
3가에 있는 커다란 식당을 예약해 모여 이들을 축복하였다.
두 친구들은 우리 사무실에 오랜 시간 동안 전문가로서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서 열심히 일을 하던 성실한 직원이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인데 두 사람 다 독신주의자여서 아마 서로 의기가 투합이 되어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단다.
(계속)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regina.chae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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