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본사를 둔 부동산 매매 플랫폼 질로우(Zillow)가 자사 매물 정보에 기후 위험관련 점수를 추가하며 향후 각 개인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몇 주간 허리케인 헬렌과 밀튼이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며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남긴 가운데, 이러한 데이터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사추세츠주 리비어에 위치한 4베드룸 주택이나, 해변과 가까운 휴머락의 세컨드 홈 같은 꿈의 주택들이 홍수 위험을 포함한 기후 리스크 평가에서 “심각” 또는 “극단적” 위험 등급을 받았다. 이제 매사추세츠 내 약 15만 채 이상의 매물, 그리고 미국 전역의 새 매물 13%가 이러한 기후 위험 등급을 받게 됐다.
질로우는 기후 위험에 대한 재정적 모델링 회사인 퍼스트 스트리트(First Street)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홍수, 산불, 강풍, 대기 오염, 열 위험을 1~10 점수로 평가한다.
질로우가 이번에 도입한 기후 위험 정보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데이터와 NASA의 글로벌 기후 모델을 사용한 예측에 기반한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과거의 홍수 발생 기록에 그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래의 해수면 상승과 강수량 증가를 시나리오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주택 구매자들이 단순히 현재의 위험뿐만 아니라 미래 수십 년에 걸쳐 증가할 위험을 고려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리비어의 한 매물은 올해 홍수 가능성이 4%에 불과하지만, 15년 후에는 72%, 30년 후에는 97%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기후 모델은 현재 안전해 보이는 지역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퍼스트 스트리트의 기후 연구 책임자인 제레미 포터는 이 데이터가 이전까지는 주로 기관 투자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이 데이터가 질로우와 같은 대중적인 부동산 플랫폼을 통해 모든 주택 구매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포터는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기후 위험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기후 데이터의 파급력
기후 위험 데이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레드핀(Redfin)과 리얼터닷컴(Realtor.com) 같은 부동산 매매 플랫폼에서 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질로우가 이를 도입한 것은 시장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질로우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 플랫폼으로, 이번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매물 목록에 기후 위험 정보가 포함됨에 따라 매수자들은 해당 위험을 감안한 구매 결정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사추세츠 부동산중개인 협회의 테레사 해튼은 이 데이터가 매수자들에게 더 신중한 접근을 유도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기후 위험이 큰 주택일지라도 구매를 결정한다면 구매자들은 이에 대비한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중개인들은 질로우의 기후 점수가 주택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질로우의 데이터는 현장의 주택 구조와 상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시추에이트의 부동산 중개인 안드레아 캠벨은 한 매물이 홍수 위험 9/10의 점수를 받았지만, 55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지어진 구조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홍수 위험은 낮다고 주장했다.
기후 위험 공개와 매사추세츠의 과제
매사추세츠는 부동산 매매 시 홍수 위험을 의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미국내 14개 주 중 하나로, 뉴잉글랜드에서는 유일하다. 찰스 리버 수자원 협회의 에밀리 노턴은 “납(Pb)이나 다른 위험 요소에 대한 공개는 의무화되어 있으면서, 왜 홍수 위험은 공개되지 않는가”라며 비판했다. 그녀는 현재의 기후 예측이 미래의 홍수 위험을 반영하는 만큼, 이러한 정보가 매수자들에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과 보험 문제
질로우의 새로운 점수 시스템은 일부 주택 소유주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매물 평가가 기후 위험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바뀌면 매도 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사추세츠의 주택 부족 문제로 인해 매수자들은 추가 보험이나 주택 개조를 감수하면서도 매물을 구매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 시장에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기후 위험이 높은 지역의 보험료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보험사는 고위험 매물에 대해 보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브루클라인의 부동산 중개인 에반 블로스틴은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에서처럼 매사추세츠를 떠나진 않겠지만, 보험료가 기후 리스크를 반영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자의 고민과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
질로우의 새로운 기후 리스크 데이터는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매수자들은 더 신중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며, 보험과 유지 관리에 대한 고려도 늘어날 것이다. 이 변화는 주택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제휴=보스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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