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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6/19  조이시애틀뉴스
[레지나 칼럼] 괜한 친절로 직사하게 고생

내 고객은 나와 걷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다운타운 길을 내 고객과 걷다보면 같은 홈리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다운타운 직장사람들을 거의 아는 것 같다. 하여간 이날의 나의 계획되지 않은 친절로 나는 고생을 죽도록 했다.


급히 만나던 고객들의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 나는 그래도 얌전히 나를 기다리던 내 고객 00를 데리고 함께 길을 나섰다. 내가 밖으로 함께 나서려고 준비를 하자 내 고객의 푸념이 시작된다.


레지나 나 전화기 사야해. 나 전화기가 없어서 너무 힘들어서 전화기 사야해. 오늘 손톱 소제하게 해줘(이 고객의 손톱만은 어느 예술가 못지 않게 아름답다) 정신 없는 상태인데 손톱만은 너무나 멋지게 가꾼다. 그는 네일아트하는 분들에게 손톱을 맡기며 꾸민다. 내가 들여다보아도 내 고객의 옷치장과 몸상태 정신상태하고는 썩어울리지 않는 손톱 예술이다.
 

우선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전 회사에 이 고객 구좌에 있는 돈을 확인해보니 지난번 구제기금으로 나온 돈이 그대로 있다. 거기에서 필요한 만큼의 돈을 청구하여서 이 고객을 데리고 샤핑을 시작했는데 전화를 사러 우선 회사 옆의 바텔 스토어를 들어가니 자기네들이 팔던 프리페이드 폰이 다 나갔단다.
 

자! 그럼 어디로 가서 전화기를 사지? 잠깐 생각을 하는데 내 고객 나의 고민을 걱정도 말라는듯 자기만 따라오란다. 그를 따라 걷는데 이친구 역시 허공에다 주먹질을 하다가 때로는 중간에 서는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소리 치다가는 혼자서 웃기도 하고 내가 함께 걷다가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면 뭐가 미안한지 레지나 아엠쏘리! 라면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레지나, 레지나는 내 수호천사야! 물론 이때는 수호천사로 보이겠지! 지 마음에 안들면 세상에 쓰레기 같은 욕은 다해대면서...  얼떨결에 이 친구 따라서 길을 나섰는데 바텔 드럭 스토어에 전화기가 없다니 이 친구가 가자는대로 대니길에 있는 월그린으로 걸음을 옮겼다.


월그린 앞문을 닫아버려서 뒷문을 찾아들어가려니 안에 있던 직원이 우리 앞을 가로 막으며 내 고객 00는 출입금지란다. 내 고객이 이곳에서 하도 많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서 절대로 못들어온단다.
 

그래! 그럼 내가 혼자 들어가서 전화기 있으면 사올테니 기다리라고 한후 나 혼자 들어와 전화기를 있나 살펴보는데 어느새 내 고객이 몰래 들어와서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레깅스 두벌을 들고 있던 가방에 집어넣고 있다가 지켜보던 직원에게 걸렸다.


아마도 CCTV로 확인한 직원이 쫓아나온듯. 나는 스토어 매니저에게 내 사무실 뱃지를 보여주며 내 정신나간 고객이 가방에 넣어둔 레깅스를 꺼내어 값을 지불하고는 밖으로 나와 잠시 내 고객에게 훈계를하는데 정신줄 놓은 내 고객은 아무말도 안들리는듯 전화기를 사달라며 소리소리 지른다.
 

전화기를 안사주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찻길로 뛰어들거라며 막상 찻길로 다가가기도 하는데 그렇찮아도 점심을 먹지 않고 나와서 허기진 내가 더욱 놀래서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아무튼 혼잣말로 엄청 후회를 했다. 내가 왜 얘를 따라나와서 이고생인가 하고! 절대로 내가 할일도 아닌데!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서 오바마 폰도 해주고 그다음에 나온 트랙폰도 마련해주고 내가 이 친구에게 마련해준 폰만 4개였는데 누구에게 뺏겼는지 아니면 누구에게 주었던지! 아니면 팔아먹었든지…
 

아이구! 내가 오늘 큰 실수를 했구나! 절대로 내가 함께 와서는 안되는데! 조금 이라도 선심을 베푸는게 아니었는데! 보통 고객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샤핑을 도와주는 도우미들이 있는데 도우미들도 너무나 상태가 심한 고객들하고는 함께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알기에 내가 00가 안되어 보여서 함께 나가자고 나온 것인데 ….


내 고객은 전화기 파는데가 또 있다며 앞서서 대니 길에서 웨스트 레이크까지 걸어가는데 몇십년 동안 시애틀 바닥을 누비며다져온 걸음걸이를 내가 따라갈 수가 없는게 이날 따라 오늘은 별로 걸을 일이 없을것 같아 약간 굽이 있는 샌달을 신고 출근했었는데 굽이있는 신발을 신고 걷는 나는 그야말로 발이 아파서 죽을 맛이었다.


내고객은 앞서서 걷다가는 홈리스 동료를 만나서는 둘이 껴안고 죽자사자 허그하고 주머니 뒤져서 자기가 가진것 다 상대에게 쥐어주고(이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자기가 아끼던 것도 서슴 없이 같은 홈리스 친구에게 다주는 마음 때문에)는 또다시 성큼 성큼 걸어서는 또다른 씨비씨 드럭 스토어로 걸어가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족히 15블락은 걸었든가 싶다.
 

빠른 걸음의 내 고객을 쫒아 매장에 들어가니 벌써부터 경비원 두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내 고객은 출입금지이니까 못들어간단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역시 월그린하고 똑같은 입장이라고!
 

결국 이곳도 나혼자 들어가서 전화기를 파는가 알아보니 프리페이드 전화기가 다나가서 다음주 금요일에나 온다고... 전화기를 못사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내 정신나간 고객은 어느새 방송국에서 거리를 취재나온 리포터 그룹들에 끼어서는 사진에 찍혀보려고 그안을 헤집고 들어가느라 모든 사람들이 내 고객의 모습과 냄새를 보며 취재가 흩어진 상태로 아우성이었다.


내가 먼발치에서 내 고객을 몇번이나 불러보아도 전혀 요동치 않고 어떡하면 리포터 사진에 찍혀보려고 발돋음을 하면서 화면을 보고 웃는 모습까지 연출해가며 연기중이었다. 나는 이 시간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아니, 내 정신줄마저 놓을판이었다.


결국은 근처에 있던 경찰관 두명이 내 고객을 떼어내어 내게로 데리고 와주어서 함께 자리를 뜨려는데 전화기를 안사왔다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내 고객을 뒤에 두고 내 사무실로 가려는데 내가 쫓아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내 고객 어느새에 내 뒤에 따라와서는 자기에게 돈 30달러만 달란다.
 
아니, 여기 오기 전 너에게 준돈 30달러는 뭐했지? 라고 물어보니 아까 홈리스친구 만나서 돈을 다 주었단다. 아니 네가 쓸 돈을 왜 주었냐고 물어보니 그 애가 더 필요해서라며 대답을 한다.


나는 회사에서 인출한 내 고객 돈봉투를 꺼내어 돈을 꺼내려는데 어느틈에 내 손에 있는 돈봉투를 낚아챈 내고객 00의 손에 돈봉투가 들려있고 놀란 나는 너는 그돈 다가지고 가면 내 사무실에 며칠동안 못들어올꺼야! 라고 말하니 내 정신줄 놓은 고객 돈봉투 돈을 꺼내 돈을 세어보면서 뒷걸음쳐 저만치로 도망을 가며 나에게 남기는 말은 '레지나 아이러브유!'
 

그래 나는 그동안 너무 지쳤었다. 물론 팬데믹으로 갇혀 있던 몸과 마음도 지쳤었지만 일에 지친 나는 며칠 동안을 끙끙앓았고 이러다가는 일을 못할것 같아 사무실에 휴가 신청한 후 우리 가족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였었다.
 

그리고 여행하는 며칠 동안은 전화를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전화에 조용한 목소리로 남겨 놓은 메시지가 있었다. 여행에서돌아오는 날 이분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는데 잘못걸려온 전화라고 끊어버려서 그냥 지나쳤다가 보이스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오랫동안 내가 쓰는 컬럼을 사랑해주시는 10년 전부터 소통하고 있는 분의 목소리 같았다. 다시 전화를 드리며 저는 레지나채 입니다 라고 말하니 전화기 너머로 잠시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듯 하더니 금새 울먹이시는 이분의 목소리에 건네오는 얘기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이었다.
 

레지나 선생님, 우리 아들이 운명을 다했네요! 네, 아직 젊은데? 네 그렇게 됐어요. 너무 힘들었나봐요! 아! 어떡하죠? 제가 가볼께요. 이분은 바쁜데 오시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다음날 이분이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찾아가 이분을 안아드리니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를 보시자마자 눈물을 흘리셨다.
 

뭐라고 위로해드릴 말이 없었다. 장성한 아들이 어미보다 먼저 가버렸는데 뭐라고 위로를 해야 될까? 그냥 이분을 안고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이분하고 함께 있다가 자리를 일어서며 위로가 안되는 위로를 해드리려는데 도대체 할말이 없었다.


뭐라고 위로를 해야 이분이 위로가 될까? 이분의 아드님은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어머님과 아버님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잘 이겨낼 것 같았는데...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chaelee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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