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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3/10  조이시애틀뉴스
[레지나 칼럼] 웰페어(1)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가려면 빌딩 로비를 지나야 들어가기가 쉬운데 로비를 거치지 않으려고 건물 뒷문을 이용하여 리셉션니스트 두사람이 앉아있는 프론트 데스크를 돌아서 가야 한다. 내 사무실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려는데 한참 난동을 부리며 로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00는 나를 아직은 못본듯한데 나의 고객인 그의 난동을 지켜보고 있는 그날 담당 카운셀러는 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찡끗하며 빨리 올라가라고 눈치를 준다.


내 고객 머리 위엔 어디에서 주웠는지 조개껍질로 대롱대롱 매달아놓은 전등갓을 뒤집어쓰고 이 추위에 다떨어져 너덜거리는 반바지를 입고 두손에는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 꽉채워서 미어 터질것 같은 플라스틱 백을 대여섯개 들고서 사무실 로비에서 그야말로 혼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리굿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하려는데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복잡, 소란스럽고 심각하니 내가 보기로 하고 내려가는데 오늘 약속 없이 온 고객들을 담당하는 카운셀러가 나를 말린다. 레지나, 그냥 놔둬! 저러다 말겠지?


잠시 주춤거리다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아래층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멎을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되면 전체 직원들이 머리가 아프고 또한 방문하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너무 민폐가 되는데 하고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펜데믹 때문에 막아놓은 투명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저만치 건너편에 있는 내 고객을 불렀다.


두번 000를부르니 내 목소리인줄 확인한 내 고객 000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듯 “레지나 너 어디에 갔다가 이제 오는거야? 내가 지금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그래, 그런데 지금 너 왜 화가 난거지? 레지나, 나 돈 더줘? 내 돈이야!
돈 더 안주면 정부에 신고해서 너희 사무실에서 내 돈 다 사용했다고 신고하고 이제는 나는 다른 페이를 찾아갈꺼라고...


레지나, 너 지금 당장 네 사무실로 가서 금년에 나에게 나올 돈 명세서하고 지금까지 얼마나 어디에 얼마나 지급했는지 명세서 갖고 나에게 보여줘? 정신줄을 놓아도 받아갈 것은 제대로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오케이! 그래, 그럼 내가 명세서 가지고 올동안 너 여기서 조용히 하고 절대로 난동을 부리지 말기를 바래!


내 말에 4피트에 100파운드도 안나가는 내 고객, 정신줄 놓고 난동을 부리던 내고객 000. 아마도 약물을 한것 같은 모습으로 눈은 게슴츠레하고 몸은 제대로 서있지를 못하며 이리저리 주체를 못하고 흔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그는 내 말이 끝나자 그래! 나 지금부터 조용히 앉아서 기다릴께! 너는 빨리 올라가서 내 명세서 가지고 내려와. 네가 명세서 가지고 내려오면 나는 그 명세서 가지고 주정부 사무실로 가서 너희 사무실을 고발할꺼야!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네가 주정부 사무실로 가서 고발을 해도 되고 다른 사무실로 가서 페이를 바꾸어도 되는데 지금은 조용히 앉아서 나를 기다려야만 네가 원하는 명세서 줄꺼고 더 떠든다면 나는 어쩔수 없이 911에 전화를 해야겠어? 내 말이 끝나자 마자 내 고객 000는 목소리를 낮추고 로비에 6피트 간격으로 배치한 의자에 가서 앉는다.


나는 내 사무실로 돌아와 내 고객의 일년 예산과 지급된 명세서 그리고 우리가 고객이 살고 있는 그룹홈에 지급하는 돈 등에 대한 명세서를 프린트해서 내려와 이제는 지쳐서 고개를 옆으로 꺽고 언제 내가 난동을 부렸냐는 모습으로 잠에 골아 떨어진 000를 기다리다가 다시 내 사무실로 올라왔다.


내가 일을 보는 동안 잠에서 깨어난 내 망나니 고객 000가 깨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아래층 로비로 내려가 지급명세서를 보여주고 본인이 돈을 받아갈때마다 싸인을 한 페이퍼도 보여주니.. 000는 나를 쳐다보더니 사정사정을 한다. 레지나 나 돈한꺼번에 줘? 나는 대답을 안하고 가만히 쳐다 보고 있자니 그가 바닥에 주저앉더니 큰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레지나,
네가 나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나는 이동네에서 맞아 죽을꺼야!


네가 갚아야할 돈이 있는데 그것을 갚아야 한다고? 오케, 그럼 네가 갚아야할 돈은 우리가 갚아줄께 어디지? 나의 질문에 내 고객은 너는 잘모르는 사람인데 그사람들은 메스(약을)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구! 그러니 네가 돈을 나에게 주면 내가 직접 갚을거라고!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으나 혹시 사실일 수도 있기에) 나는 내 고객 000을 불러본다. 000야 우리 사무실에서는 절대로 한꺼번에 돈을 너에게 줄 수가 없어! 너는 돈이 있으면 하루도 아니고 두세 시간이면 돈이 금방 없어지잖아!


나에게 사정사정을 하던 내 고객 000는 이제는 더이상 안참겠다는듯 로비에 있는 의자를 들려고 안간힘을 쓰더니 들어지지가 않으니까 그옆의 손에 잡히는 화분을 들어서 바닥에 내팽개 친다.(아! 화분도 놓으면 안되는구나!) 나는 뒤로 물러서며 내고객에게 너 지금 여기서 이런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 사무실에 못들어올 수도 있어! 그리고 911에 신고할꺼야!


우리 사무실에 오는 고객들은 정신질환자들 또는 약물중독자들 홈리스 들이다. 이들은 맑은 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생활비는 우리 사무실이 받아서 이들에게 필요한대로 매주 지급을 한다. 물론 매주 지급을 하면서 이들의 싸인을 받는다. 싸인을 못하는 고객일 경우 사무실 직원둘이 보증을 서서 대신 싸인을 하여 고객에게 돈이 지급되는 것을 확인한다.


내 고객000는 40대의 아프리컨 어메리컨 여자 고객이다. 내 고객의 뒷배경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는 20대초에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살다가 남편이 누군가에게(아마도 조직적인 폭력단체) 칼에 찔려 죽는 것을 본 뒤로 정신줄을 놓게 되면서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그이후로 아직 어리던 아이 둘은 본인이 돌보지를 못하니까 정부가 아이들을 위탁부모에게로 데려가고 내 고객 000는 26세가 되던 해부터 거리를 맴도는 홈리스가 되었다.


정신줄 놓은 젊은 여자가 혼자서 거리를 헤메이니 물론 달라붙는 나쁜이들로 인하여 약물에 중독되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29년간을 시애틀 거리를 방바닥 삼아 헤메이고 다니다가 7년전 우리 사무실 아웃리치 팀에 발견되어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 의사의 처방은 약물중독으로 인한 망상증환자였다.


그후로 담당 카운셀러가 배정되고 000는 좋아지는듯 하더니 이때부터는 감옥과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더니 이제는 시애틀 홈리스 중독자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된 듯하다. 000와 함께 샤핑때문에 아니면 법원에 가기 위해 함께 거리를 걷다보면 시애틀 바닥에 홈리스 중독자들은 거의 다 아는체를 한다.


언제가는 본인이 옷을 사고 싶다고 하여 내 고객 00를 태우고 회사차로 이동하는데 차가 지나가는 곳마다 창문을 통하여 손을 흔들고 하이! 하이! 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키가 4피트, 몸무게도 바람이 불면 날아갈듯한 사이즈로 가랑가랑한 000는 마음이 참으로 여렸다. 우리 사무실에서 돈을 받아가는 날은 누군가가 000를 길에서 기다렸다가 돈을 달라고 하면 서슴치 않고 돈을 나누어 준다. 그로서리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계산하다가 공연히 앞에 사람이 불쌍하다며 자기돈 20달러를 쥐어준다. 물론 나머지 돈의 행방은 거의 약을 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다보니 늘 배고프고, 춥고, 허기지고, 취해서 시애틀 바닥을 헤메이며 비틀거리고 다니다가 아무데나 쓰러져 잔다. 두달전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들어 (위험하기도 하고 혹시라도 아무데에 서나 자다가 어떤이유로든지 죽을 수도 있고 하니)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길거리에서 000를 발견을 했다.

 

그날은 우리 고객들이 사무실서 돈을 받아가고 3시간 정도 지난 후인데 이날 나는 직원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고 다운타운 거리를 걷는 중인데 이미 취할대로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내 고객 000는 약을 한듯 취한 상태의 험상궂은 남자들에 둘러쌓여 아마도 자기 수중에 있는 것은 다 건네주고 함께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계속)

 

 

 

레지나 채
소셜워커, 워싱턴가정상담소 소장
이메일: chaelee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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