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오랫동안 ‘아이큐(I.Q.: Intelligence Quotient:지능 지수)’가 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이큐(E.Q.: Emotional Quotient:감성 지수)’란 것이 등장하면서 아이로 하여금 성공한 인생을 살게 하려면 '머리가 좋은 아이' 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저녁 TV를 켜기가 두려울 만큼 날로 험악해져가는 세상을 볼 때마다 '아이큐가 높은 아이' 보다는 '안정된 정서(emotion)'를 지닌 '이큐가 높은 아이' 로 양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주목 받는 ‘사회적 지수’
그런데 아이큐와 이큐 외에 ‘에스큐(S.Q.: Social Quotient: 사회성 지수)’란 것도 있습니다. 에스큐는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가?' 하는 ‘사회 적응력을 나타내는 수치 즉, 사회성 지수’로서 선천적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아이큐보다 경험과 학습에 의해 변화가 가능한 것이어서 부모의 노력이 있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요즈음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 일명 '왕따' 문제도 에스큐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나,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 모두 에스큐가 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왕따'란 '왕 따돌림' 의 준말로 ‘두 명 이상의 폭력 학생들이 한 학생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며 집단으로 따돌리는 행동’을 말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행동들에는 '상대 안하기, 모함하기, 은근히 욕하기, 시비 걸기, 점심(급식)같이 안 먹기, 돈이나 옷·물품 강요하기, 학용품이나 숙제 숨기기, 장난을 빙자해 때리기, 가혹 행위 하기 등' 이 있습니다.
◆ 아떤 아이가 왕따 당하나?
그러면 어떤 아이들이 친구들로부터 '왕따의 표적(피해자)' 이 되기 쉬울까요? 내성적이어서 자기 주장을 못하기에 친구들이 놀리거나 괴롭혀도 대응하지 못하는 아이, 신체적인 외모나 목소리가 특이한 아이, 잘 씻지 않거나 옷이 지저분한 아이,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 또래 집단의 문화(옷차림, 유행어, 연예인 동경 등)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잘난 척 하는 아이, 이기적이고 자기 주장만 하는 아이, 친구들이 놀릴 때 과잉반응을 보이는 아이,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 교사의 편애를 받는 아이 등 입니다.
서을 서문여중 김대유 교사는 그의 저서<학교 폭력, 우리 아이 지키기>에서 '왕따 피해의 7가지 징후' 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비싼 옷, 소지품, 운동화 등을 가끔 잃어버린다. 이럴 땐 반드시 그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 몸에서 상처나 멍 자국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그냥 다쳤다" "운동하다 다쳤다"라고 얼버무릴 때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상처가 심하면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 놓 는 것이 좋다.
◇ 교과서, 메모장, 일기장 등에 "죽이고 싶다" "죽고 싶다"와 같은 표현이 있다. 원본을 보관하거나 복사를 해 놓아야 한다
◇ 용돈이 모자란다고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학용품 비용을 자주 달라고 한다. 이때는 금 품 피해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잘 달래서 진실을 캘 필요가 있다.
◇ 두통, 복통 등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며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 지각, 조퇴, 결석을 하게 된다. 이럴 땐 심각한 학교 폭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 인터넷 채팅이 부쩍 늘었다. 이것은 왕따의 피해자나 가해자의 공통점이다.
◇ 갑자기 전학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말한다. 왕따에 시달리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피적인 반응을 나타낼 수도 있다.
◆ 아기 때의 ‘정서’ 평생 간다
아이들이 보이는 학교에서, 친구 사이에서 보이는 '사회적 행동' 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아기 때, 엄마와의 애착을 잘 이룬(아기와 눈을 맞추면서 얼러 주고, 웃어 주며, 아기의 울음에 적합한 반응 : 젖 물리기, 기저귀 갈아 주기, 꼭 안아주기 등)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또래 친구나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불안정한 애착을 이룬 아이들은 사회성 지수가 낮아서 정서가 불안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문제행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는 부모와 손 위 형제ㆍ자매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배웁니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부터 바른 본을 보여주고, 가족간에 바른 관계를 이루며, 바른 가르침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하바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조세핀 김은 그의 저서 <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에서 내 아이가 왕따를 시키지도, 당하지도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ㆍ감정적 기능과 행동은 대략 8세 무렵에 완성되므로 영ㆍ유아기 의 양육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원만한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을 위해 가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법으로 '대니얼 골맨과 아일린 록펠러 그로왈드'가 전하는 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10가지 지침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 “이렇게 교육하라”
△ 첫째, 아이의 장점에 집중하라. 장점을 먼저 찾아서 칭찬하고, 고칠 점을 짚어주라.
△ 둘째, 현실적인 벌칙을 정하고, 꼭 지키라. 지키기 어려운 벌칙을 정하지 말라.
△ 셋째, 집안의 큰 일을 결정할 때 아이의 생각도 물으라. 아이도 가족의 구성원으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그 내용을 아이와 공유하라.
△ 네째, 화가 났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라. 부모가 화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그 모습을 닮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 다섯째, 아이를 놀리거나 굴욕감에 빠지게 하지 말라. 농담 삼아 하는 말이라도 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부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존감까지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섯째, 부모도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부모와 자녀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지고, 아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된다.
△ 일곱째.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것을 존중하라.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가는 걸 느끼게 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 여덟째, 답을 제시하지 말고 힌트를 줘라. 아이가 어떤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때는 아주 작은 힌트를 줌으로써 아이의 문제 해결능력을 활성화 시키라.
△ 아홉째, 함께 책을 읽어라.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책 속의 이야기를 토론의 주제로 삼아 대화를 나누라.
△ 열째, 봉사를 통해 공감을 유도하라. 봉사는 절약을 물론,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씨까지 길러주기 때문이다. *
이계자 (뉴욕광염교회 사모, 부모교육 세미나 강사, kyejagu@gmail.com)
기사=뉴욕일보 (조이시애틀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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